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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아닌 말만 남아"... 권아솔이 빠진 이미지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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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Z 댓글 0건 조회 4,659회 작성일 19-11-1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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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너를 말해주는건 바로 현재의 행동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히어로 영화 <배트맨 비긴즈>에서 나오는 명대사다.

"어둠의 기사" 배트맨으로서의 실체를 감추고 일상에서는 방탕한 재벌 2세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던 브루스 웨인을 향해 그의 첫사랑이던 레이첼 도스가 날린 일침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배트맨은 레이첼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이 대사를 그대로 돌려줌으로서 자신의 정체를 공개한다.

어쩌면 지금 권아솔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그대로 적용할수 있는 표현이다. 권아솔은 9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굽네몰 로드FC 56에 출전하여 샤밀 자브로프(러시아)를 상대했으나 3라운드 종료 결과 0-3으로 판정패했다.

권아솔은 지난 5월 만수르 바르나위와의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서 1라운드 30초 만에 TKO로 완패를 당한 후 2연패를 당했다.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긴 권아솔은 지난 2016년 12월 사사키 신지전 이후 3년째 승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은퇴 기로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는 권아솔에게 샤밀과의 대결은 격투기 인생의 운명을 좌우할수도 있는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샤밀은 세계적인 스타 파이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사촌 형으로 유명한 선수였다. 링으로의 복귀를 감행한 권아솔에게는 선수로서의 재기는 물론이고, 만수르와 재대결을 기약하기 위해서 이날 반드시 샤밀을 꺾어야 했다.

하지만 막상 대결이 성사되자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만수르전 때처럼 TKO 패배를 면한게 그나마 다행일만큼 경기 내내 수세에 몰리면서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3라운드까지 겨우 끌고 가는데는 성공했지만 매 라운드마다 제대로 반격한 시간보다 케이지 위에 누워있는 시간이 더 길어보였을만큼 일방적인 승부였다. 판정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고민없이 승자를 예상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 사이에서는 "침대축구는 들어봤어도, 침대격투는 처음 본다"며 조롱하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안타까운 것은 패배 이후에도 권아솔을 향한 위로와 격려보다는 질타와 비난의 반응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 선수가 외국 선수와 대결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그 흔한 "국뽕"스러운 반응조차 거의 찾아볼수 없다. 대부분의 팬들이 오히려 샤밀을 응원하고 그의 승리를 축하한 반면, 권아솔에게는 "제대로 이기는 걸 못봤다", "허풍만 심했지 실력이 없다"며 싸늘한 반응 일색이었다. 이미 권아솔이 국내 격투기 팬들에게 사실상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권아솔은 사실 격투기 실력보다 "트래쉬 토커로 더 유명세를 얻었다. 언제부터인가 경기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언변과 퍼포먼스로 화제를 만들었다. 상대 선수에 대한 독설과 도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외국 선수는 물론이고, 선배 격에 해당하는 최홍만같은 국내 선수에게도 시비를 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SNS나 유투브만 검색해도 권아솔의 화려한 어록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비록 명백한 노이즈 마케팅이었지만 어쨌든 이슈몰이에 성공한 것도 사실이었다. 격투기를 잘모르는 사람도 권아솔이나 로드FC의 이름 정도는 알게되었을 정도였다.

권아솔은 스스로 악역을 도맡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품격없는 언행에 대한 곱지않은 여론이 나올때마다 권아솔은 "한국 종합격투기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로 인하여 대회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개의치않는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물론 "입만 살아있는 격투가" 이미지가 권아솔의 전부는 아니다. 파이터로서의 과격한 겉모습과 달리 권아솔은 경기장 밖에서는 사생활로 인한 구설수나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 의외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가족과 함께 해외 선교활동까지 참여할만큼 성실하고 배려심있는 인품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중은 인간 권아솔의 진솔한 면모보다는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그의 언행과 실력으로 그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대중들도 옛날처럼 그저 미디어에 비쳐지는 이미지만 그대로 받아들일만큼 순진하지는 않다. 권아솔이 어느 정도는 일부러 악역을 수행한다는 것을 대중들도 당연히 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본말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권아솔의 지나치게 과감하고 도발적인 언행이 정작 실제의 경기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며 피로감을 느낀 것이다.

격투기는 단순히 상대를 이기면 그만인 "진짜 싸움"이 아니라 팬들에게 그 과정을 보여주는 스포츠다. 팬들이 인정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선수는 아무리 뛰어난 격투가라고 의미가 없다. 권아솔은 일부 팬들의 심한 악플과 조롱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결국 그러한 이미지를 선택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권아솔은 샤밀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이후 스스로도 많이 실망했는지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 "노력을 했는데 내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파이터로서 자질이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이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느꼈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은퇴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한편으로 늘 당당하고 자신감넘치는 권아솔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던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 장면이다.

케이지 위에서의 패배가 권아솔을 설명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설사 격투가로서는 마지막 경기가 된다 할지라도 권아솔의 인생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뼈아프지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있어야한다.

권아솔을 위하여 영화 <배트맨 비긴즈>에 나오는 명대사 하나를 더 인용하여 글을 마칠까한다. 시련에 부딪혀 좌절하고 낙담하는 브루스 웨인을 향하여 집사 알프레도는 이렇게 위로한다. "우리는 왜 추락할까요? 다시 올라오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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