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배우 권민아 사건의 씁쓸한 공통점 > 스포츠이슈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스포츠이슈


   자유게시판    유용한사이트    스포츠이슈    익명게시판


고 최숙현 선수-배우 권민아 사건의 씁쓸한 공통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Z 댓글 0건 조회 5,448회 작성일 20-07-09 19:25

본문

스포츠이슈


IE002662589_STD.jpg?86
 
지난 한 주간 체육계와 연예계를 각각 뒤흔든 두 건의 폭로가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 선수가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에게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려왔음을 폭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해 큰 충격을 안겼다.

걸그룹 AOA 출신으로 현재는 배우로 활동중인 권민아는 최근 SNS에 그룹활동 시절 리더였던 지민에게 10여년간 괴롭힘을 당했고 그로 인하여 결국 팀을 탈퇴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두 사건 모두 한 개인이 조직 내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인권을 유린당하고 학대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당했다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숙현 선수는 감독, 팀닥터 등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고 심지어는 음식을 강제로 먹게하는 식고문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동료 선수들이 발표한 추가 폭로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심지어 최숙현의 부모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가혹행위와 협박을 일삼았으며, 팀주장이나 선배 선수들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선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결국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권민아는 부친이 투병중인 상황에서도 지민에게 팀 분위기를 흐린다는 폭언을 들어야했고,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수차례나 자살시도를 했던 사실까지 고백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사자로 지목된 지민은 이에 대하여 처음에는 SNS에 "소설"이라는 글을 올리며 권민아의 폭로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으나 결국 하루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사과했다. 뒤이어 AOA의 소속사인 FNC 엔터테인먼트는 지민의 AOA 탈퇴와 모든 연예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일련의 사건에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시대착오적인 행위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벌어진 트라이애슬론 경주시청팀이나 걸그룹 AOA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고 공식적인 조직이다. 불법단체나 불량서클도 아닌,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룰 안에서 성인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조직에서 이런 일을 벌어지는 것을 전혀 막지 못했다는데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사건이 단지 특정인의 그릇된 인성 차원에서만 볼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과 왜곡된 문화가 초래한 구조적인 산물이라는 점이다. 현재 여론의 관심이 몇몇 가해자들에게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사실 최숙현과 권민아 사태의 진짜 문제점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팀 내에 만연하는 비리와 부정을 감시해야할 책임은 해당 시청은 물론이고 철인3종협회-대한체육회같은 상위 기구들에게도 있었다. 연예계 아이돌 그룹의 경우 당연히 소속사에 멤버들을 관리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체육협회와 FNC 엔터테인먼트는 명백히 자신들의 직무를 유기했다. 
 
IE002662141_STD.jpg
 
최숙현은 생전에 각종 협회와 검찰, 인권위에 이르기까지 여러 경로를 통하여 가해자들의 행위를 폭로하고 도움을 호소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응답이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민아 역시 SNS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여러 차례 해당 소속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바뀐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거나 피해자를 고립시키려고 했던 정황도 포착된다. 진작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만 했더라면 최숙현이나 권민아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결국 문제가 크게 터지고 나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여론을 수습하려는 행태도 흡사하다. 철인3종협회는 최근 스포츠공정위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주장 등에게 영구제명의 중징계를 내렸다. 검찰은 최근 최숙현 사건에 대한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최근 2~3일 사이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된 사안들이다. 뒤늦게라도 고인의 한을 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허탈함도 감출 수 없다. 국민은 그동안에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냐며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고, 여론이 들끓고나서야 뒤늦게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FNC는 권민아의 폭로가 터진 지 하루하고도 반나절 만에 겨우 사과문을 올렸다. 그나마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재발방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빠져있었다. 정작 중요한 피해 당사자인 권민아에 대한 사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자아내게 했다.

슬프지만 최숙현이나 권민아 사건이 체육계-연예계를 떠나 우리 사회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더 무섭다. 그때마다 이런 식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비난이 집중된 당사자 몇몇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적당히 여론을 수습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최숙현 사태의 근간에는 폭력과 가혹행위를 당연한 관행이나 훈육으로 합리화하려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위계-조직 문화가 존재한다. 또한 가해자들이 오랫동안 상식을 초월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어떤 죄책감이나 문제인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공식적인 제도나 통제장치 없이 "그들만의 왕국"이 묵인되는 체육계 특유의 폐쇄성과 후진적인 시스템 때문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그중에서도 K팝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산업은 단기간에 높은 성과(수익)를 내기 위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희생시키는 강압적인 시스템을 합리화해왔다. 부친상을 당했는데도 개인적인 슬픔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항상 밝은 모습을 강요당해야하는 어린 연예인의 현실, 리더가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권위를 내세워 타 멤버의 인격에 장기간에 걸쳐 큰 상처를 주는 상황을 알고도 묵인해온 소속사. 이는 멤버 개개인간의 충돌을 떠나 조직의 성공과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연예 기획사나 해당 산업 전반의 비정한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사건에서 누구를 처벌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앞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 어떻게 바뀌어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어느 시대에도 억울하고 불쌍한 이들은 존재했었다. 하지만 억울한 이들이 호소할 곳이 없거나, 약자를 제대로 보호할 기능이 없다면 그게 바로 가장 잘못된 사회다. 약육강식이라는 이유로 비정하고 불평등한 세상에 적응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위로를 받기보다 오히려 약하다고 조롱받고 스스로를 탓해야하는 상황에 몰린다. 고 최숙현과 권민아를 더 힘들게 했던 것도,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나홀로 소외되어 세상에 혼자 고립된 기분에서 오는 절망감이 아니었을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우회접속시 채팅창이 작동하지 않을수 있습니다.

중고천국텔레그램
중고천국검증
오늘 999 어제 1,522
최대 23,518 전체 4,080,634

게시물에 대한 책임은 작가에게 있으며 우리는 책임을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당신의 국가에서 인정하는 성인이 아니라면 성인 정보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Copyright © usedheave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