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억 투자한 호랑이, 가을야구 1일 체험이 아쉬운 까닭 > 스포츠이슈

 
무려 4년을 기다린 포스트시즌이지만 그 분위기를 만끽한 것은 고작 하루에 그쳤다. 믿었던 스타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최고의 에이스는 써먹어보지도 못했으며, 감독은 마지막까지 결단을 주저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악수를 거듭했다.
 
호랑이군단의 가을야구가 일찍 막을 내렸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5위 KIA 타이거즈는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t위즈에 2-6으로 패하며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한 경기만 패해도 탈락하는 KIA는 최근 페이스가 좋았던 외국인 투수 션 놀린을 선발등판시켰으나 총력전을 예고했다. 놀린은 올시즌 kt전 성적이 3경기에 등판하여 자책점 2.00으로 호투하며 2차전 선발이 예정된 양현종(3경기 15.2이닝 평균자책점 5.17)보다 우수했다. 또한 놀린은 지난주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던 kt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지만, 불과 4일 휴식 만의 재대결에서는 상승세를 재현하지 못했다.
 
3회들어 1사 1·2루의 위기에서 조용호에 선제 2타점 2루타-앤서니 알포트에 우전 안타를 내줬고 나성범의 뼈아픈 실책까지 겹치며 스코어는 순식간에 0-3까지 벌어졌다. KIA는 결국 3회 2사 1·3루에서 투수를 파노니로 교체했고, 놀린은 2.2이닝 3실점(2자책)의 부진한 투구내용을 남기고 조기강판됐다.
 
다행히 파노니와 전상현이 7회까지 더 이상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4회와 5회 각 1점씩을 만회하며 종반까지 긴장감넘치는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8회말에 이의리가 제구 난조 속에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장현식은 kt 배정대에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내주면서 승부는 사실상 kt 쪽으로 기울었다.
 
양팀 타선은 똑같이 7안타씩을 뽑아냈지만 찬스에서의 집중력에서 차이가 났다. KIA 타선은 4회초 소크라테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했지만 계속된 1사 1·2루, 2사 만루에서 득점을 더 얻지 못하면서 흐름이 끊긴 것을 비롯하여, 5-7회까지 계속해서 주자를 득점권에 출루시키고도 후속타 불발로 찬물을 끼얹었다.
 
kt 선발투수 소형준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KIA를 상대로 세 차례 선발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3.71에 그쳤지만, 이강철 감독은 큰 경기에 강한 소형준의 "강심장"을 믿고 과감히 선발투수로 투입했다. 소형준은 포스트시즌에서는 5.1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여 승리투수가 되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반면 김종국 KIA 감독의 이의리 불펜 카드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어차피 내일이 없는 상황에서 투입가능한 모든 카드로 총력전을 펼치려 했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포스트시즌 호투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까지 있는 소형준과 달리, 이의리는 가을야구 경험이 전무한데다 올 시즌 kt를 상대로 평균자책점 8점대(8.10)에 이를 정도로 약했다.
 
우려한대로 이의리는 8회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무려 3개의 볼넷을 내주며 패배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결과론이지만 제구력이 뛰어난 편도 아닌 이의리를 굳이 1점차 박빙의 승부에서 그것도 경기 종반에 투입해야했는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완전히 흐름을 내준 KIA는 마지막 공격에서도 별다른 반전을 만들지 못하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kt에 넘겨주고 2022 시즌 여정을 씁쓸하게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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